원고 3 인생은 짧고 미국은 넓다 라스베가스에서 멀지 않은 ‘죽음의 계곡 국립공원’ 흥미로운 이야기들
천국에서 뎁스벨리 홍보대사가 되어 있을 자브리스키가 혹시나 오늘도 사막의 어린왕자와 함께 두 손 꼭 잡고 지금도 이곳 어딘가에 꽁꽁 숨어있을 새로운 우물 찾아 나서지는 않을까? 동심의 호기심이 발동한다. 미국 본토의 국립공원 중에서 경기도 면적 보다 더 큰 무려 13650Km2 면적 자랑하는 이곳 뎁스벨리 국립공원에는 수많은 볼거리가 있다. 그 중에서도 국립공원 입구 무인 자율매표소 지나자 마자 좌측으로 들어가는 첫번째 명소 Dante’s View (단테스 뷰)를 찾아가 보자.
1265년 ‘천재들의 도시’라고 불리워지는 이태리 피란체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작가였던 단테의 이름에서 따온 곳이다. 그럼 왜 척박한 이곳 사막에서 르네상스 라는 새로운 서막을 연 단테를 생뚱맞게 명명했을까? 지금부터 단테를 찾아 잠시 타임머신 타보자.
9살 때 아버지와 함께 파티장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예쁜 소녀 베아트리체. 그리고 그날 이후 성인이 될 때까지 한시도 그녀를 잊지 못한 단테였으니 어릴 때부터 매우 조숙한 아이다. 그러나 마음 속 연인으로 평생 그녀를 흠모했던 단테는 이날 만남이 단테 인생에 일생일대 사건이 될 줄 그 자신도 몰랐다. 당시의 관습대로 단테는 훗날 부모님이 정한 상대와 결혼한다. 베아트리체 또한 다른 귀족과 결혼 한다.
그의 나이 18살 때 정확히 파티장에서 만난지 9년째 되던 해 베아트리체가 길에서 단테를 보고 인사를 건넨다. 그러나 그녀 보는 순간 영혼이 통째로 얼어붙은 듯한 단테는 말 한마디 못하고 스쳐 지나간다. 베아트리체는 의례적으로 인사를 건넸는지 모르겠지만, 하루도 어김없이 그녀를 흠모했던 단테는 숨이 멈출 듯한 사랑의 도가니 속으로 흡입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단테는 놀라운 광경을 꿈속에서 목격한다. 바로 그녀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나는 신을 목격한다.
그날 이후 단테는 미친 듯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의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 중에 저자가 좋은 하는 한 구절을 소개한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갓 아홉 살이 된 것 같고, 나는 거의 아홉 살이 끝나 갈 무렵에 그녀를 만났다. 그 순간 심장의 은밀한 방 안에 기거하고 있던 생명의 기운이 너무나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해서 가장 미세한 혈관마저도 더불어 떨리기 시작했다. 그때 생명의 기운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나보다 강한 신이 있구나. 그가 나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1290년 6월 우연히 길에서 만난 지 다시 7년 후 베아트리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다. 엄청난 슬픔을 이기지 못한 단테는 그때까지 그녀를 흠모하며 쓴 시들을 모아모아 1295년 ‘새로운 인생’이란 첫번째 시집을 발간하게 된다. 이 작품은 단테가 말년에 완성한 신곡의 이해를 위한 교두보가 되어 준다.
솔직히 단테는 베아트리체와 살아생전 신체적 접촉은 물론 말 한마디 해 본 적 없는 사이였다. 그러나 그녀 향한 마음 속 사랑의 흠모와 열정이 고스란히 시 속에 담겨있다. 한마디로 단테의 처녀작 ‘새로운 인생’은 사랑의 기쁨과 슬픔에 포커스 맞추었다고 보면 ‘신곡’은 인간의 죄악과 구원이라는 약간은 좀 난해한 측면도 있는 철학적 주제를 담고 있다.
암튼 단테에 있어서 첫사랑 베아트리체는 인간과 신을 연결시켜 주는 사랑의 화신이며, 단테 개인의 이상적 관념이다고 본다. 암튼 어린 나이 9살 때 파티장에서 만나 죽을 때까지 사랑이란 두 글자를 가슴에 깊이 새긴 단테는 “오직 그녀의 인사를 받는 것만이 내 사랑의 목적이었다.” 라고 할 만큼 순수했다고 본다. 그렇게 순수한 영혼이었기에 인류 역사에 이런 대작의 서사시가 나오지 않았을까?
그가 이 세상 떠난 지 700년 좀 넘었지만 오늘날에도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 심금 울리니 아무리 봐도 천년의 가슴앓이 사랑이다. 그럼 말년에 단테가 완성한 신곡은 한 마디로 어떤 내용일까? 단테가 스승 베르길리우스와 함께 지옥부터 연옥 그리고 천국까지 체험여행 하다가 드디어 연옥의 맨 꼭대기에서 더욱 더 성스러워진 베아트리체를 만난다는 내용이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와 천국에서 하루를 지낸 뒤 구원까지 이룬다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고전 중에 고전 신곡은 이렇게 태어났다.
죽음의 계곡 국립공원 단테스뷰 정상에 오르려면 자동차로 약 1600미터 가파른 산길 구비구비 돌아야 한다. 바로 이렇게 힘들게 올라가면서 저 아래 시시각각 변해가는 풍광을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연옥과 천국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산 정상 향해 오르면서 단테가 지옥 거쳐 천국까지의 험난한 여정과 이승 떠난 베아트리체 만나러 가는 단테의 뜨거운 심정도 함께 느껴 보면 좋을 성 싶다. 단테스뷰 정상에 오르면 한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저 아래로 지옥 같은 폭염이 이글이글 거리는 뎁스벨리 소금사막이 한 눈에 들어 온다. 그런데 정상인 이곳에는 천국 같은 시원한 바람이 분다. 날씨 만으로도 지옥과 천국 그 차이를 단테스뷰에서 체험 할 수 있다.
그리고 단테스뷰에서 DEATH VALLEY의 진짜 벨리(Valley)를 한 눈에 바라보자. 방문객들은 이곳이 1913년 7월10일 세계 신기록 섭씨 56.7도 기록했기에 이곳이 뜨거운 용광로 같은 지역이라 ‘죽음의 계곡’이구나 생각한다. 미 본토의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으로 서울시 면적 20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면적 자랑하는 ‘죽음의 계곡’ 국립공원이다. 그럼 진짜 죽음의 계곡은 어디일까? 이렇게 물으면 정확한 지형을 모르시는 분들도 이외로 많다.
단테스뷰에서 하얀 소금사막 계곡 가로 질러 건너편 산맥 바라보면 늦가을부터 늦은 봄까지 마치 빙하처럼 보이는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3368미터 텔리스코프픽(Telesciope Peak)이 보인다. 바로 서쪽 산맥이 PANAMINT 산맥이고, 단테스뷰 정상의 동쪽 산줄기가 AMAGOSA 산맥이다.
그 산맥과 산맥 사이의 길이가 250Km 즉 서울서 대구가 약300Km 정도니 얼마나 긴 계곡인지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2억년 전 미국 남서부 거대한 대륙판이 요동을 치면서 어느 날 바다가 융기 되고 그 바닷물은 이 긴 산맥 사이에 갇혀버린다. 그리고 지금부터 약 9천만년 전 갇혀버린 바닷물은 뜨거운 이곳 뜨거운 온도에 마지막 자신을 하얗게 태우고 운명하면서 소금이란 광물질을 뱉어낸다. 그래서 오늘날 소금사막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신비한 뎁스벨리다.
단테의 신곡에서 나오는 천국 같은 이곳 단테스뷰에서 대자연의 사사시를 읊어보는 것도 좋을 성 싶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존경하는 유명한 시인이면서 라스베가스 글사랑모임차신재 회장님이 이곳 뎁스벨리에서 쓴 시를 소개하려고 한다. 태고의 황량함이 끝없는 이곳 사막에 생명의 기를 불어 넣어 주는 시인의 따스한 입김과 영혼의 부드러운 손길이 절로 느껴진다. 감상 내내 무언의 탄성을 지르게 하는 시에서 특히 ‘땅의 혼들 모두 하늘로 올라 별이 될까’ 라는 시구에서는 강한 무언의 전율마저 다가온다. 독자들과 시인의 시를 함께 감상해 보자.
당신이 침묵으로 되돌아오는 / 광활한 신의 솜씨를 보았다 / 거침없이 쏟아지는 사막의 열기 속에 / 그렇게 당당하고 눈부신 자태는 본 적이 없다 / 거대한 돌산 가슴에 접힌 주름 / 세월의 아픈 흔적을 보았다 / 참다 참다 불덩어리로 터트려버린 / 열정과 노여움의 깊은 상처도 보았다 / 그렇게 지축을 흔드는 큰 울음은 본 적이 없다 / 모래와 돌 틈 사이사이 힘겹게 뿌리박고 / 앙상한 가시 몸에 혼신의 꽃을 피우는 / 풀잎들의 뼈아픈 삶을 보았다 / 그렇게 목숨을 바쳐 일어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 밤하늘엔 구석구석 날카롭게 꿰뚤어 보는 수억의 눈동자가 있었다 / 어둠이 오면 땅 위에 혼들 모두 하늘로 올라 별이 되는 것일까? / 그렇게 형형하고 두려운 눈 빛은 본 적이 없다 / 밤새도록 바람의 언어로 쓴 시가 아침마다 사막에 놓여 있었다 / 먼 수평선을 흔드는 깊고 푸른 파도와 / 금빛 비단 위로 흐르는 감미로운 선율 / 그렇게 영혼을 울리는 시는 본 적이 없다 / 아! 그렇게 가득한 무언의 탄성이 있는 곳 / 나는 본 적이 없다. (차신재 시인의 시 : 나는 본 적이 없다 - Never Have I S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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